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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 쇼크 리포트] EP 2. AI와 고성능 컴퓨팅이 바꾼 지형도


목차

지난 1편에서 살펴본 메모리 가격 급등은 단순한 경기 요인이 아니라,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확대가 만든 구조적 변화의 결과입니다. 

대규모  AI 학습과 추론 환경이 본격화되면서, 서버·데이터센터용 고사양 메모리와 GPU를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 구조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PC 시장을 넘어 자동차·가전·의료기기 등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원가 부담 확대와 함께 이른바  ‘칩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가격이 오른 것보다, 시장 자체가 달라진 느낌 아닌가요?”

이번 급등은 하드웨어 거래 질서와 기업의 IT 투자·조달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AI 수요가 어떻게 시장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기업 운영에 어떤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1. 시장 변화 : ‘가격’뿐만 아니라 ‘주도권’이 바뀌었다

이번 국면의 핵심은 주도권의 이동입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거래 질서는 수요자 중심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구매자는 더 이상 조건을 비교·선택하기보다, 제시된 조건을 수용해야 하는 구조에 점점 더 많이 놓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다음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① 가격 하방 경직성(Sticky Price)“AI 수요가 가격 하락을 막는다”
과거에는 수요가 줄면 가격도 비교적 유연하게 조정되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메모리 공급이 제조사의 라인 운영과 생산량 조절, 그리고 AI 서버용 수요에 더 크게 좌우되면서, 가격이 한 번 오른 이후 하락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고정되면서, 제조사는 일반 PC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필요가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는 단기 수급 변화와 무관하게, 가격이 구조적으로 ‘붙어버리는’ 시장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② 할당제(Allocation)“원하는 만큼이 아니라, 배정받는 만큼 산다”
메모리 업체는 AI 서버와 데이터 센터용 물량을 최우선 배정하는 방향으로 공급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일반 PC용 RAM은 현물 시장에서 필요한 만큼 자유롭게 조달하기보다, 정해진 물량을 배정받는 구조가 강화되는 흐름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조달 전략의 중심은 ‘가격 협상’이 아니라 ‘물량 확보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PC 시장은 ‘필요한 만큼 사는 시장’이 아니라, ‘남는 물량을 배정받는 시장’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③ NCNR(취소·반품 불가 조건)“가격보다 먼저 조건이 잠긴다”
AI 서버용 장기 계약이 늘어나면서, 공급사는 수익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수요처에는 NCNR 등 불리한 조건이 확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공급이 불안정해질수록 구매자는 단가보다 계약 조건에서 먼저 압박을 받게 됩니다.
TrendForce는 서버·HBM 우선 배정으로 수급 격차가 확대되며, 다른 구매자들이 더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는 흐름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NCNR 기반의 장기 계약 사례가 언급되는 것은, 가격 상승을 넘어 수급 리스크와 재고 리스크가 구매자에게 전가되는 시장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2. 기업 영향 : 조달이 ‘구매’가 아니라 ‘운영 문제’가 됐다

AI 중심으로 재편된 하드웨어 시장의 변화는, 결국 기업 현장의 운영 리스크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구매 단가 상승을 넘어, 문제는 일정·예산·운영 전반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① 도입 일정의 종속“내부 계획이 아니라 공급 일정이 기준이 된다”
공급이 불안정해질수록 기업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그 결과, 도입 계획은 ‘내부 일정’이 아니라 ‘공급 일정’에 맞춰 조정되는 수동적인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조달은 더 이상 프로젝트 일정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일정 자체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② 의사결정의 제약“사양을 낮출지, 수량을 줄일지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과거 PC 원가에서 메모리 비중은 통상 8~10% 수준으로 거론돼 왔지만, 최근에는 노트북 원가 기준 DRAM+SSD(낸드) 비중이 10~25% 수준까지 확대되는 사례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업은 사양을 낮춰 생산성을 일부 포기할 것인지, 혹은 계획했던 도입 수량을 줄여 예산을 맞출 것인지라는 구조적인 선택 압박에 놓이고 있습니다.

③ 운영 복잡도 증가“혼용 도입이 표준을 깨고 운영비를 키운다”
조달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바로 확보 가능한 모델’을 도입하면서, 장비와 사양이 혼용되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도입이 가능해지지만, 표준이 흔들릴 경우 이슈 대응과 자산 관리, 유지보수 과정에서 운영 복잡도와 총소유비용(TCO)이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3. 결론 : 조달을 넘어,  'AI 인프라 전략'으로

AI와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는 하드웨어가 더 이상 단순한 IT 자산이 아닙니다. 하드웨어는 이제 업무 생산성과 AI 활용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습니다.

공급자의 조건이 시장을 재편하는 환경에서, 제조사와 직접 거래하며 장비를 ‘소유’ 하는 방식이 과연 여전히 효율적인지에 대한 질문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격뿐 아니라 물량·계약·납기 리스크까지 함께 떠안게 되면, 조달은 더 이상 단순한 구매 활동이 아니라 운영 부담이자 재무 리스크로 확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하드웨어를 ‘소유하는 자산’이 아니라 유연하게 운용해야 할 운영 항목으로 재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구매 중심의 조달 방식 대신, 렌탈을 통해 조달 리스크를 줄이고, 폭등한 PC 가격 부담을 낮춤으로써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성능을 확보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참고 : 매일경제(MK) / 「노트북 가격 1년새 20%↑… 車·의료기기도 ‘칩플레이션 공포’」 / 2026] 
[참고 : TrendForce / Acer CEO 발언 인용(메모리 BOM 8~10%) / 2025-12-16] 

 

FAQ

Q1. ‘칩플레이션’이 무엇인가요?
A1. 칩플레이션(Chipflation)은 반도체를 뜻하는 '칩(Chip)'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반도체 단가 상승이 단순 IT 기기를 넘어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자동차·의료기기 등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에서도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공급 부족에 따른 제품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Q2. 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자에게 넘어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A2. 과거처럼 구매자가 가격과 사양을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했다는 뜻입니다. 제조사의 생산량 조절과 제한적인 공급환경으로 인해  가격 조정이 즉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고, 필요한 물량이 배정에 가까워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거래 질서가 공급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Q3. ‘구매’ 대신 ‘렌탈’이 대안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3.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자산을 고정 부담으로 보유하지 않기 위한 선택지로 거론됩니다. 렌탈·리스 등 OPEX 기반 방식은 직접 소유 시 발생할 수 있는 감가상각 리스크와 운영 부담을 줄이고,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성능을 확보해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OPEX : 사용 기간 동안 월 단위 비용 처리 방식(렌탈·리스·구독형 서비스) 

Q4. NCNR 조건이 조달 계약에서 왜 위험 요소로 꼽히나요?
A4. NCNR(Non-Cancellable, Non-Returnable)은 발주 이후 취소나 반품이 불가능한 계약 조건을 의미합니다. 가격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 시장 가격이 하락하거나 내부 수요 계획이 변경되더라도 구매자가 계약을 되돌릴 수 없기에 가격 및 재고 리스크를 그대로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Q5. 예산을 아끼기 위해 저사양을 유지하는 것이 왜 비효율적인가요?
A5. 초기 구매 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사양 부족으로 인한 시스템 병목과 처리 지연이 반복되면 업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연이 누적되면 인건비 기준의 손실이 커져, 단기적인 부품비 절감 효과를 상회하는 운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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